간절한 틈
오서윤
-굴곡조차 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견고한 사각형 몸체,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은 한 치의 타협도 모르는
직선의 성질을 가졌다
기도실 밖에 황철나무 한그루 서 있다
황철나무는 몸이 틈이다
들어왔던 봄이 가을로 나와
주변의 배경이 되어 겨울로 선다
콘크리트 바닥에 나무 한 그루를 키웠던 햇살이
건조한 벽 사이로 한 계절을 다시 들여보내고 있다
경계점이 된 나무 한 그루는
저 틈과 같은 어두운 색을 지녔을 것이다
비좁은 틈으로 쏟아 내는 호흡이 뜨겁다
완강한 몸을 쪼개고 뼈를 부수고
틈 사이로 햇살을 밀어 넣은 뚝심
어둠 속에서 살짝 하얀 치아가 드러난다
빗살무늬의 날카로운 균열을 수습하는 것은
어둠을 잡아 앉힌 의자들이다
낯선 타인의 혓바닥 같기도 손가락 같기도 한 일별의 빛,
어두운 기도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기도의 끝 문장처럼 길게 들어온 빛이
다시 황철나무에게 돌아가고 있다
저처럼 간절한 빛을 본 적 없다
-출처; 오서윤시집 『체면』 2022, (주)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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