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이 해 완
대낮 칠흑 속을 익명의 한 사내가
천상의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내려와
시퍼런 조선 낫으로 어둠을 베고 있다
단칼에 한 다발씩 그렇게 쳐나가며
지치면 한 됫박의 소나기도 끼얹어가며
때로는 우르릉 쾅쾅 기합도 좀 넣어가며
한동안 열심이던 그도 지쳐 쓰러지고
마알간 밤하늘에 별들만 눈을 뜬 채
지나간 슬픈 얘기를 귀엣말로 속삭인다
* 이해완 시조집 <내 잠시 머무는 지상>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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