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카타콤에서

heystar 2016. 3. 15. 15:29

      

    카타콤*에서


                          박 해 성 



  

먹구름이 흘깃대는 여기는 로마의 변방

개미굴 같은 지하세계 폭 1미터 미로에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동행이 시작된다


이․저승을 넘나드는 난해한 어둠속에

식은 몸 구겨 넣었던 서너 뼘 벽감마다

그을음 머리 풀고서 숨죽여 흐느끼는데


이제는 다 용서하고 허공을 산책하는가,

한 조각 마른 빵과 눈물의 잔을 들고

실바람 말간 뒤꿈치 모퉁이를 돌아선다


* 초기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의 지하묘지로 로마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시대에는

  신자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었다.


                       

                 - 『시조문학』2016, 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모란  (0) 2016.04.22
실종  (0) 2016.03.16
실연  (0) 2016.03.13
태백산  (0) 2016.03.11
아사녀의 기도  (0)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