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에서
박 해 성
먹구름이 흘깃대는 여기는 로마의 변방
개미굴 같은 지하세계 폭 1미터 미로에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동행이 시작된다
이․저승을 넘나드는 난해한 어둠속에
식은 몸 구겨 넣었던 서너 뼘 벽감마다
그을음 머리 풀고서 숨죽여 흐느끼는데
이제는 다 용서하고 허공을 산책하는가,
한 조각 마른 빵과 눈물의 잔을 들고
실바람 말간 뒤꿈치 모퉁이를 돌아선다
* 초기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의 지하묘지로 로마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시대에는
신자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었다.
- 『시조문학』2016,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