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심사평
을미년 새해 첫 달, 그 어느 때보다 응모작이 풍성했다. 신춘문예 응모작인가 싶을 정도로 수준도 높았다. 그런데 3수 이하 작품보다는 4수 이상으로 호흡이 긴 작품이 많았다. 4수 이상의 긴 작품의 경우 시조 형식에 맞춰 잘 다듬어지긴 했지만 시적 감동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시조는 형식적으로 압축이, 내용적으로는 감동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3장6구의 작은 몸체지만 내용적으로 엄청난 시적 감동의 폭발력을 지닐 때 좋은 시조가 될 수 있다.
시조 형식에 맞추어 길게 쓴다고 좋은 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시마저 짧은 시를 지향하며 긴 글을 읽지 않으려는 스마트폰 시대 독자들을 감동시키려 몸부림치는 상황에서 본령이 짧은 시인 시조가 오히려 길어져서야 되겠는가.
이러한 관점으로 응모작품을 읽으니 비교적 어깨에 힘을 빼고 쓴 작품들이 우수작의 범주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권경주의 ‘축제’가 윗자리에 놓였다. 시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의 적정성에다 내용 또한 어려운 부분 한 곳 없이 전체가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졌다. 온 가족이 김장을 담그는 체험 속에서 우려낸 장면 장면들은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구절들을 떼다 붙인 작위적인 작품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차상으로 뽑은 이기선의 ‘벽시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언제 멈췄는지 알 수 없는 고향집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에 대한 신선한 발견이 정서를 자극한다. ‘굶어 죽’었다는 종장의 구절에 오면 오늘 이 시대 독거노인의 죽음까지를 연상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차하로 뽑은 ‘겨울, 칸타빌레’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감각적인 시편이다. 이런 현대적 감각을 키울 때 독자에게 읽는 기쁨을 안겨주는 좋은 시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응모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권갑하·박권숙(대표집필 권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