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2014.09.29 01:02 / 수정 2014.09.29 01:09
[심사평]
가을꽃들이 지천이다. 그 따뜻한 봄날 다 보내고 서늘한 계절에 꽃을 피우는 가을꽃들을 볼 때면 ‘자애(自愛)’라는 글자가 문득 떠오른다. 서둘러 피지 않고 묵묵히 제 때를 기다려 마침내 자기 꽃을 피워 올리는 여유와 자기 극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시나 시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오래 인내하며 잘 익어 향기 짙은 작품을 내놓는 일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활짝 꽃피우는 그 소중한 임무수행을 위해 불볕더위를 견디며 자신을 갈고 닦는 창작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9월의 장원은 이유채의 ‘용대리 가는 길’에 돌아갔다. 용대리에서 황태 덕장을 떠올리는 착상이야 새롭지 않지만 황태가 익어가는 과정을 생에 대한 사유와 깨달음으로 묵직하게 풀어낸 점이 믿음을 샀다. 차상은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양늘솔의 ‘빈 학교 저녁 풍경’을 뽑았다. 저녁 시간 텅 빈 학교의 고즈넉한 풍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 재미있는 작품이다. 차하는 김은진의 ‘벽거울, 그 안’이다. ‘제각기 한 곳만 향해 멍한 두 눈 꽂고 있’는 거울에 대한 사유와 직관이 돋보인다. 결실의 계절이지만 설익은 작품이 많았다. 시조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선명하고 감각적이어야 하고 발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볍고 활달해야 한다. 글자 수만 맞춘다고 좋은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종장의 긴장과 이완의 율격미와 농축미가 떨어지면 시조는 맛과 멋을 잃는다. 자유시와의 차이점을 깨우치는 것이 좋은 시조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권갑하·이달균(대표집필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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