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수상작

2014,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작 - 그리운 패총; 이지엽

heystar 2014. 10. 10. 14:50

       그리운 패총貝塚

 

                                이지엽

 

 

하얗게 뼈만 남아 육탈된 시詩를 보러

백포만 주머니꼴 낮은 구릉 찾아 갔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조의를 표했지

 

이미 화석 되어 켜켜이 쌓인 퇴적층 속

긁개와 돌창 든 사내 뒷모습이 외로웠어

손들어 웃는 모습이 낯선 변방 같았어

 

고인돌과 독무덤 사이 흘러간 수세기를

정을 비운 몸만으로 층층 쌓아 막아선들

어찌 다 적을 수 있을까 원시의 숲 눈먼 책들

 

껍데기가 집이 되고 나라가 되는 동안

깡마른 음계의 바람 같은 말씀이여

논물이 그리운 봄날, 재두루미 입술 묻는

 

 

□ 2014,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심사평

 

여섯 분 예심위원의 엄정한 선고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여덟 편의 작품이었다. 예심위원 한 분당 두 작품씩 추천했으므로 각각 다른 작품을 추천했다면 12편이 되어야 하지만, 개중에는 다섯 분의 추천을 한꺼번에 받은 한 작품이 있어 도합 여덟 편의 작품이 된 것이다. 우리 세 사람의 본심위원은 이 여덟 편의 작품을 숙독한 다음 두 편씩 즉석에서 추천하여 그 중에서 본상 수상작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어렵지 않게 세 작품으로 압축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세 편의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의견을 개진한 다음에 아무런 이견 없이 이지엽 시인의 <그리운 패총(貝塚)>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상작 <그리운 패총(貝塚)>은 말 그대로 패총(貝塚), 곧 해남지역 현산면 백포만 선사시대의 유적인 조개 무덤을 독특한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명편이다. 모두 네 수로 된 연시조인데, 유적인 패총을 “하얗게 뼈만 남아 육탈된 시(詩)”로, “켜켜이 쌓인 퇴적층 속/ 긁개와 돌창 든 사내 뒷모습”으로, “원시의 숲”과 “눈먼 책들”로, 종당에는 “깡마른 음계의 바람 같은 말씀”으로까지 활달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물과 거리를 두고 적당히 살피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상상력이 패총과 흔연히 일체가 되어, 마치도 떨어진 벚꽃이 막 불어온 회오리에 뽀얗게 휘감기듯 한바탕의 숨 가쁜 휘모리장단을 연출해내고 있다. 실로 표현의 극치를 다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빛나는 작품으로 올해 시조단의 최고상을 차지한 이지엽 시인에게 충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수상작 외 결심에 오른 일곱 편의 작품들도 하나같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역작들이었다. 그러나 무릇 상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으므로 수상작 외에는 부득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고충이면서 또한 순리이기도 하다. 이 민족 시조문학사에서 유달리 걸출한 두 분의 오누이 시인을 기념하는 이 상에 역량 있는 시조시인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분발을 고대해 마지않는다.

심사위원 : 유재영, 정해송, 조동화(글)    예심위원 : 이정환, 신필영, 박권숙, 정경화, 이승현, 손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