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춘분 박해성 절도 탑도 사라진 황룡사 빈터에는 신라의 나비 같은 눈발이 분분한데 허공을 받드시는가, 돌덩이 앉아계시네 눈물로 왕을 보낸 불상도 불에 타고 가섭이 떠난 자리 연좌석만 남았건만 돌부처 앉아계시네, 생살에 구멍이 뚫린 봄이야 오든 말든 꽃이야 피든 말든 얼마나 많은 날들 묵언정진 하셨을까, 제 몸에 구멍을 모신 저 神께 절하고 싶네 - 2020 《정음시조》 2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07.24
호작도虎鵲圖 호작도虎鵲圖 박해성 호랑이 한분 모신다, 정갈한 캔버스에 어리석은 중생의 붓끝에서 개안하시는 눈동자 검은 눈동자, 아차차! 사팔뜨기네 갈팡질팡 초점 잃고 한세상 헤매실라 호흡을 멈춘 채로 무릎 꿇고 점안한다 육식의 죄가 멋쩍어 딴청피우는 퉁방울눈 신의 나라 부적인 듯 얼룩무늬 무장하고 정글에서 산화한 월남전 맹호처럼 때로는 날랜 사냥꾼도 사냥감이 된다는데 버텨 앉은 앞발이 돌탑을 받친 연꽃 같다 점잖게 똬리를 튼 긴 꼬리로 중심 잡고 뉘 소식 기다리시나, 까치소리에 귀를 쫑긋 《정형시학》2020 여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