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해성 그 여자의 집 詩/박 해 성 * 허공을 걷던 그녀 리모델링 중입니다, 천근 집착 들어내고 잔 시름 걷어낸 자리 해묵은 눈물자국이 채 마르지 않았네요 * 환멸에 찌든 싱크대 요령껏 떼어내고 살갑게 다루세요, 척추가 휘어진 소파 누구나 거듭나려면 버릴 게 많은 법이래요 피멍을 물고 있는 대못도 빼 버려야죠,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벽을 향해 돌진하다 금이 간 세상에 꽂혀 속절없이 녹슬어가는 심줄 푸른 햇살 엮어 창가에 드리우고 카나리아 새장쯤은 이제 열어둘까 해요 어쩌면 날갯짓마저 잊은 건 아닐는지… 뚝심 좋은 책상일랑 먼지나 털면 되겠죠? 불면의 뜰에 숨은 포스트모던 고양이가 얼녹은 경락에 맺힌 꽃망울을 토하는 봄봄 - 박해성 시집 『비빔밥에 관한 미시적 계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