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샴푸 박해성 잠결에 머리를 벅벅 긁는다 잠이 툭툭 끊어진다 잠의 변방이 달의 분화구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어지럽다 방부제에 중독된 꽃들이 분열증처럼 피어나는 거기, 눈 뜬 자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묵계가 있었으니 깨어나지 마라, 가려운 머리통은 삿되고 헛된 것이라 뇌리 속 똬리 틀었던 파충류에 지느러미가 돋는 징조이니 불량한 것은 불온하고 불온한 것은 불안하다 그래, 샴푸를 바꿔야겠어 머릿속에서 빠져나온 검은 실뱀들이 사방으로 숨어든다 한 마리가 잽싸게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아, 징그러워! 비명에 놀란 달이 방바닥에 쓰러진다 목이 길고 푸르다 허물만 남은 달을 안고 나는 조금을 건너 사리로 간다 해풍이 상어 떼처럼 달려든다 저들이 내 몸을 다 발라먹고 뼈만 남길 것 같아, 그래, 저 쟈스민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