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모란이 질때 끝물 모란이 질 때 박해성 오월 어느하루 난설헌을 찾아간다 몰락한 친정 가듯 한 발 늦은 안부에 입술이 바짝 메마른 끝물 모란이 뚝뚝 진다 당신은 떠났어도 솔숲은 울울한데 기나긴 밤 울컥울컥 붉은 시를 토하시던 조롱 속 날개 상한 새 울음조차 스러지고 오늘은 서왕모와 깃털 수레 타러가셨나 한가로이 꽃을 꺾던 사내쯤은 아예 잊고 열 두 줄 햇살을 타는 초록이 창창하다 《정형시학》2020, 여름호 수록 박해성의 시조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