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이변 - 이성선

heystar 2013. 5. 28. 23:58

                                     이변

                                                       이 성 선

 

 

 

  낙산사 주지스님 방에는 파도만 치면 바다 울림으로 문고리가 떨린다. 하늘에 이변이 생겨 사천왕

눈빛이 빛나고 원통보전 주춧돌에 번개가 내릴 때 스님이 잡은 비파 천년 잠든 현이 미친 듯 울며

깨어나, 바다를 부수고 하늘을 부수어 등 굽은 스님 절벽귀를 후려때린다.

  경내 비틀린 고목나무 가지에 다시 별이 뜨고 삼십삼천 하늘이 추녀끝으로 깊이 빛나는 밤

  독방에 좌선하여 하늘로만 길을 열어놓고 시간을 쓸어내는 스님 앞에 떨리는 문고리, 이승과

저승의 바다에 붉게 떠오르는 달.

 

 

                                                         - 이성선 시집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 1985 (오상사)중에서

 

- 1941년 1월 2일 출생 ~ 2001년 5월 4일 사망
- 강원 고성 출생.
- 1970년<문화비평> 등단.
- 고래대학교 대학원 졸업.
- 강원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 문학상, 시와 시학상 등 수상.
- 숭실대학교 문창과 겸임교수 역임.
- 시집; 『병풍』'74『하늘문을 두드리며』'74『몸은 지상에 묶여도』'79『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85
          『별이 비치는 지붕』'87『별까지 가면 된다』'88『새벽꽃 향기』'89『향기 나는 밤』'91『절정의 노래』'91
          『산시』'99『내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200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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