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이 성 선
낙산사 주지스님 방에는 파도만 치면 바다 울림으로 문고리가 떨린다. 하늘에 이변이 생겨 사천왕
눈빛이 빛나고 원통보전 주춧돌에 번개가 내릴 때 스님이 잡은 비파 천년 잠든 현이 미친 듯 울며
깨어나, 바다를 부수고 하늘을 부수어 등 굽은 스님 절벽귀를 후려때린다.
경내 비틀린 고목나무 가지에 다시 별이 뜨고 삼십삼천 하늘이 추녀끝으로 깊이 빛나는 밤
독방에 좌선하여 하늘로만 길을 열어놓고 시간을 쓸어내는 스님 앞에 떨리는 문고리, 이승과
저승의 바다에 붉게 떠오르는 달.
- 이성선 시집 『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 1985 (오상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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