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

202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heystar 2025. 1. 2. 14:01

202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산 사

최원준

범종 소리에

겨울 은사시나무가 흔들리고

송백에 남아 있던 가느다란 푸른 선이 흔들리고

밤을 지켜보던 소쩍새 눈동자 흔들리고

범종 소리는

옹송그리며 가지에 점으로 앉은

꽃봉오리를 툭 하고 건드리고

툭 하고 밀치다가 서로 얼싸안기도 하고

그리하여

범종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매화나무는 가지에

꽃을 점점이 피워낸다.

 

고요가 있고, 적막이 있고

그 속에 소란이 있고

달빛이 돌그림자를 움직이는 동안

범종 소리에

계곡은 파문을 일으키고,

바람 따라 그 소리 배회하다가

팔상도 쓰다듬으며

부처님 안전에 매화향 전해주면

범종 소리에

밤은 끝을 비추고

동쪽 산은 붉은 점안식 준비를 재촉하였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