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황봉학
기러기가 물고가다 떨어뜨린 노을은
먹성 좋은 그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그 짐승을 거실로 데려와
방금 삼킨 것을 토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다가
술 한 잔 먹여 문밖으로 내쫓았다
밖은 이미 그 짐승의 세상
그는 성큼성큼 한 강을 건너 깊은 골짝으로 숨어버리고
가끔 그곳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노을이 죽은 세상에는
오소리의 눈빛이 살아나고
쥐들의 꼬리가 길어졌다
외딴 오두막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그 짐승과 자리다툼을 하는 사이
불쑥 오죽 하나가 솟아나고 있었다
- 2017『현대시학』 1월호에서
경북 문경 출생.
2011년 계간 『애지』 등단.
시집;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말』『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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