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달의 심사평
‘입동·나목’에 노모 투영시켜
언어부림 완성도 올린 수작
차상에 오른 장옥경의 ‘타래난초’ 역시 자연물인 ‘타래난초’를 내밀한 자의식의 공간으로 불러들여 형상화했다. 꽃줄기가 뭉쳐놓은 실타래 같아 나선형으로 꼬여서 꽃이 피는 타래난초의 모습에서 ‘타래타래 꼬인 삶’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방식을 읽어낸다. 즉, ‘타래난초’는 ‘외줄 타고 오르는 길’이며 ‘등불’ ‘작은 꿈’ ‘하늘 종’이다가 마침내 ‘오체투지의 순례자들’로 인식된다. 마지막 수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지 못하고 억지로 시상을 마무리한 듯한 느낌은 무척 아쉬웠다. 차하로는 안창섭의 ‘컴퍼스’를 선한다. 원호를 그릴 때 쓰는 도구인 ‘컴퍼스’에 착상하여 ‘당신과의 관계’를 회화적 감각으로 그려내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당신의 반지름의 말’ ‘떠날 때도 중심이다’ ‘서로를 증명하는 시작과 끝점’ 등 관념에 빠지기 쉬운 소재를 나름의 명징한 이미지로 풀어내는 역량은 갖추고 있으나 너무 도식화된 상상력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심사위원: 염창권·박권숙(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