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달의 심사평
노숙의 곤곤한 내면
감각적으로 형상화
봄 채비를 하듯, 2월의 투고작이 풍성하다. 이태균의 ‘허물의 안쪽’을 장원작으로 올린다. ‘허물’은 노숙의 밤을 견디는 존재의 외피에 해당한다.
투고자는 그 외피를 관찰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안쪽’의 세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여기서 ‘메마른, 이승의 등뼈’는 한 존재가 차지하고 있는 ‘허물’이자 몸으로 지은 ‘언덕’이다.
남자는 ‘길 없는 길’ 위에 휘어진 등뼈를 기둥삼아 가물대듯 ‘통증’의 시간을 건너 잠이 든다. ‘허물’이라는 상징과 함께 노숙의 곤곤한 잠을 체화하여 감각적으로 형상화 하는 솜씨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두 편도 장원에 버금가는 가작이다.
차상으로 김인숙의 ‘수선화’를 선한다. 수선화를 매개로 하여, 추사와 다산의 교분에서 오는 꽃향과 문자향을 겹쳐 보인 것이 좋다. 현실의 ‘울어리(둘러싼 어리)’에서 ‘행간과 여백’을 찾거나 ‘붓끝 세워 부른 바람’과 같은 결기를 통해 ‘추사’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차하로 뽑은 서재철의 ‘헝겊’은, ‘남겨 논 헝겊 한 조각’을 통해 ‘삯바느질’로 이어가신 어머니의 손길을 회상하는 애절한 가족서사이다. ‘헝겊’이라는 질료가 매개하는 삶의 보풀, 기척과 같은 것을 삶의 촉각적 기억으로 구체화시킨 것이 점수를 얻었다. 후보작으로 박희옥, 이공석, 최종천 등의 작품이 끝까지 거론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박명숙·염창권(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