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종, 1 - 강호인

heystar 2015. 11. 18. 18:58

 

            종, 1

 

                        강호인

 

 

 

난 이제

한 개의 종

돌종(石鐘)쯤 되어

울고 싶다

 

세상 허허롭기가 하늘보다 깊은 날도

사람 무심하여 눈물 절로 어리는 날도

새벽녘 까치처럼 가야 할 은혜로운 땅에서

삼생을 삼천 번쯤 윤회로 돈다 해도

목숨 삼긴 날이면 살아서 푸른 세월

혼신의 열정을 다해 스스로를 조탁하는

전설 속 석수장이 명품 빚는 석수장이

그 아린 정과 끌에 살과 뼈를 깎아낸 뒤

장엄히 또한 은은히 빛살 같은 울음 우는

 

나는야

그 떨리는 여운

천 년 만 년

끌고 싶다.

 

- 출처 ; 『화중련』2010년, 하반기호에서

 

1985년 『현대시조』등단

남명 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등 수상.

시집; 『山天齊에 신끈 풀고』등

마산문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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