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조 당선작(이 작품은 타사중복투고로 당선취소됨)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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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하늘을
날아온 새 한 마리
감나무 놀랠까봐 사뿐하게 내려앉자 노을이 하루의 끝을 말아 쥐고 번져간다
욕망이 부풀수록 생은 더욱 무거워져
한 알 홍시 붉디붉게 울음을 터트릴 듯 한 쪽 눈 질끈 감고서 가지 끝에 떨리고
쉬잇! 쉬 잠 못 드는 바람을 잠재우려 오래 전 친구처럼 깃털 펼쳐 허공 감싼다 무너져 내리고 싶은
맨발이 울컥, 따뜻하다 |
- 1961년 경북 군위 출생.
- 경기대문예창작과 재학중.
[심사평] 이근배 시인
글감 찾기에서 틀 만들기까지 오늘의 시조는 잰 발걸음을 하고 있다. 신춘문예에 이르러서 그 촉각은 더욱 날을 세워 밀어내기를 하고 있음을 읽는 즐거움이 크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도 늘었거니와 기성시단의 눈금과 맞서거나 넘어서는 잘 구워진 작품들의 숫자도 불어나서 왜 시조인가에 대한 명료한 답을 듣기도 한다.
송필국 씨의 ‘노래하는 돌’, 양해열 씨의 ‘사흘칠산’, 진수 씨의 ‘남해를 품다’, 하양수 씨의 ‘세한’, 송영일 씨의 ‘막사발 날개를 달다’, 고은희 씨의 ‘쉿!’을 당선권에 올려놓고 거듭 읽은 끝에 고은희 씨의 ‘쉿!’을 기릴 수 있었다. 위에 내놓은 작품들은 이미 시조의 익숙한 가락과 높은 시적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으나 오래된 글감의 재구성, 혹은 사물의 일상성이나 시대성의 노출 등이 신선감을 떨어뜨렸다.
당선작 ‘쉿!’은 언어와 사물을 포착하는 감각부터가 산뜻하다. 감나무에 내려앉는 새 한 마리의 동작과 시간성이 살아 움직이고 ‘욕망이 부풀수록 생은 더욱 무거워’ 같은 에피그램도 ‘한 알 홍시’에 얹혀 단맛을 낸다. 시조의 형식을 어김없이 지키면서 자유시의 그것보다 더 자유롭게 시를 끌어올리는 힘이 앞으로 큰 몫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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