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아버지의 꽃밭 - 소래염전에서
heystar
2013. 12. 10. 14:17
아버지의 꽃밭
- 소래염전에서
박 해 성
개펄 같은 빈 가슴에 난바다를 가둬놓고
잉걸빛 해를 길어 물의 뼈를 씻기던 이
하 깊어 가늠할 수 없는 눈빛 늘 그윽했네
헛배 부른 달무리가 잠 못 들고 뒤척이면
검게 탄 그 이마에 주름살이 일렁였지
새도록 맨주먹으로 일어서던 파도소리
그런 날은 잠든 척 몰래 울던 아홉 살이
기억의 씨줄 날줄 반백으로 뒤엉켜도
코 닳은 장화만 보면 와락, 끌안고 싶은
짜디짠 한 세상을 삽질하던 울 아부지
하얀 별을 경작하러 하늘 밭에 가셨는지
설 잠근 소금창고 문, 이 밤 또 덜컹대네
- 2003, 시와소금 대표시선 001『소금시』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