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 금강 로켓 - 이영광
heystar
2013. 7. 5. 16:51
나무 金剛 로켓
이 영 광
취한 몸을 리어카에 실어 와 아랫목에 눕히듯
관을 내린다
불교도는 없는데도
관 뚜껑에는 누군가 心經을
새겨 놓았다
눈물이 나지 않을까 두렵던 마음이 어느덧
뿌연 눈으로 내려다보면,
이백 예순 말씀 空인 듯, 한 글자로 흐려져
맞지 않는 옷을 입고도 오늘은 신경질이 없어라
난생 처음 오라를 지고도
몸부림이 없어라
식은 몸은 취한 몸보다 더 무겁고
정녕 고요하다 나무 옷,
나무 캡슐이여
다시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게를 누르고 있는 魔法,
이백 예순 두 자 밝은 경문이여
생겨남도 멸함도 없고
無明도 無明이 다함도 없으나
여기, 아프면 울어 버리던,
매질처럼 선명했던 苦의 덩어리가
사라지려 한다
굳세지도 약하지도 않았던 사람,
사람이었던 적도
사람이 아니었던 적도 없는 자가,
다만 우리가 끝내 몰랐던 어둠 한 덩이가
일인승 비행정에 탑승하려 한다
金剛 주문이여
이제 다 아픈 자의 집,
저 나무 金剛 로켓을 흙으로 봉인하여
몸도 숨도 有情도 없는 곳으로 탈옥시켜 다오
우주를 가로질러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반야의 성좌까지
- 월간『유심』2013, 7월호에서
1965년 경북 의성출생
- 고려대 영문과 졸업, 고려대 국문과 박사 학위.
- 98년 <문예중앙> '빙폭' 등 9편 당선 등단.
- 시집; 『직선 위에 떨다』『그늘과 사귀다』『아픈 천국』 .
- 수상; 제 11회 지훈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