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하루종일 노랑 - 김병호
heystar
2013. 5. 8. 10:16
하루종일 노랑
김 병 호
후밋길을 돌아서자 화물차 한 대가 멈춰있다
짐칸에선 오리들이 뛰어 내리고
길섶에선 바지춤 잡은 사내가 튀어나오고
낙화유수
탈주를 시작한 오리들
국도의 흙길을 가로질러
밭둑으로 수풀 속으로 헤맨다
사내는 오리걸음으로 이리저리 헤매고
길섶이든 산기슭이든
오리들, 제 세상이다
꽥꽥거리는 노란 울음, 모퉁이에 번진다
몇이 비탈을 올라 옥수수밭으로 스미자
옥수수들은 그제서야 노래진다
몇이 밭둑을 올라 참외밭으로 기울자
참외들도 따라 노래진다
벼락처럼 열리는 노랑들
여름을 막고 서 있는 노랑들
운전사도 노랗게 뒤뚱거리지만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지 못한다
- 출처 ; 『시인시각』2011, 겨울호
1971년 전라도 광주 출생.
-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 1997년 《월간문학》신인상,
-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달 안을 걷다』『밤새 이상을 읽다』등.
- 현재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