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北方에서 - 정현웅에게 ; 백석

heystar 2013. 5. 5. 18:07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백 석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渤海를 여진女眞을 요를 금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승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던 말도 잊지 않았다

오로촌이 멧돌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던 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던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때

아무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

         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밤에는 안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옛 한울로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출처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문학사상사, 2008년)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 본명은 백기행(夔行).

- 오산학교를 거쳐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

-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 당선.

-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여 등단,

- 시집; 『사슴』(선광인쇄주식회사, 1936)출간.
- 함경남도 함흥에서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 6.25 전쟁 후 북한에 체류.

- 북한문학예술총동맹 제4차 중앙위원회 외국문학분과위원 활동.

- 1956년 <문학신문> 편집위원.

- 19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 발표.

- 1959년 아동문학 논쟁 자아비판 후 국영협동조합으로 보내짐.

- 1995년 사망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