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나옹화상을 만나다
heystar
2011. 2. 9. 14:53
나옹화상*을 만나다
- 여주 신륵사에서
박 해 성
하늘빛에 물든 사람 끝내는 허공 되어
벽절* 뒤편 언덕 돌종 안에 살고 있데
있어도 짐짓 없는 듯, 없어도 그저 있는 듯
비워서 가벼운 그대 일주문서 날 반기데
후두두 빗방울인 척 어깨 슬쩍 두드리고,
애당초 속없이 사는 목어 비늘도 쓰다듬고
활짝 웃는 불두화는 곁눈질로 지나더니
극락보전 깊은 마당 왜 자꾸 맴도시나,
떨어진 살점이 아려 울음 참는 석탑을 돌며
바람이 쉬어 가는 강월헌* 난간에 서면
남한강 물이랑에 몸을 실은 저 뜬구름
사라진 흰 소를 찾아 하염없이 먼 길 가데
* 신륵사에서 입적한 고려 말의 고승(1320~1376)
* 신륵사의 별칭으로 다층전탑에서 유래
* 나옹선사의 당호를 딴 정자
- 2007년 <여강의 물결> 제5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