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지 에이 피 - 임채성

heystar 2011. 2. 7. 18:51

 

 

      지 에이 피

 

                     임채성

 

 

     지나치듯 슬몃 본다,

     백화점 의류매장

     명조체로 박음질한 GAP 상표 하얀 옷을

     누구는 '갑'이라 읽고

     누군 또 '갭'이라 읽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갑이 있고 갭이 있다

     아무런 잘못 없어도 고개 숙일 원죄 위에

     쉽사리 좁힐 수 없는 틈새까지 덤으로 입는,

 

     하루에도 몇번이고 갑의 앞에 서야 한다,

     야윈 목 죄어오는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오늘은

     지, 에이, 피를

     나도 한번 입고 싶다

                           

                                  - 출전; <나래시조> 2010 여름호

경남 남해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현재 <21세기시조>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