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에 대하여 - 유홍준
heystar
2012. 11. 16. 09:04
중국집 오토바에의 행동반경에 대하여
유 홍 준
오늘은 장사 잘 되기로 소문난 우리 동네
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에 대하여 생각한다
중국집 오토바이의 1일 배달횟수가 아니라 행동반경에 대하여!
누가 아이를 키워
중국집 오토바이를 타게 하고 싶으랴
누가 아이를 키워 제 동네만 뺑뺑 돌게 하고 싶으랴
(하루에도 수백 번, 제 동네를 도는 아이는
결국 정신이 돌 수밖에 없다는 속설……)
그러나 오토바이는 아름답고
자장면은 맛있고
저 중국집 오토바이가 없다면 안 돼
나는 저 중국집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마다 꽁무니를 바라봐
행동반경이 좁다는 것은 뱅뱅뱅뱅뱅 돌아야한다는 말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야한다는 말
책 몰라 여행 몰라 취미 몰라
그런 건 다 몰라
오늘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우리 동네 오토바이
― 유홍준 시집『저녁의 슬하』중에서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저녁의 슬하』
수상; 2005년에 젊은 시인상,
2007년에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