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사진/박해성
무제無題
詩/박 해 성
매화틀을 타고 앉아
타령 술술 풀어낸다,
산목숨을 관통한
저 썩은 잡것들이
오롯이
나를 조율한
부처의 육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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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문을 열면 뜬구름 잡는 헛소리, 잡소리들이 사방의 벽에서 펄럭인다.
그것들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사념들이거나 어느 책에서 읽은 밑줄 친 구절, TV드라마 대사, 더러는 밑도 끝도 없이 툭 튀어나온 단어 등등을 A4용지나 포스트잇에 괴발개발 끼적거려 붙인 것들이다.
혹은 신문, 잡지를 그대로 오려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도 저도 아니면 지키거나 잊어버릴 누군가와의 약속, 심지어는 길에서 스치던 사람들의 인상이나 기억에 남는 사물의 이름들도 들어있다.
빤한 틈이 없는 벽을 둘러보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많은 생각으로 들끓게 하는가? 증식과 소멸을 반복하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무엇이 살아남아 이 현상을 증언할 것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하면 생각이 엉켜 더욱 심란한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면 습관처럼 그네들 앞에 서서 스텝퍼를 밟는다. 끄덕끄덕, 삐걱삐걱… 그러다가 한쪽 벽에 붙은 <매화틀>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다른 쪽 벽에는 “매화타령” 이라는 쪽지 - 오, 이럴 수가, 인간을 포함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잡다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씨줄 날줄이 있어 서로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똥’과 ‘꽃’과 ‘노래’가 하나였다니!
내 안에서 나를 조종하는 존재의 본질이 그것들이었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