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의 자화상
<자화상> 수잔발라동 [출처] 다음이미지검색
수잔의 자화상
詩/박 해 성
- 가난한 화가들의 모델이자 연인이던 세탁부의 사생아 수잔 발라동, 어느 날 그녀가
캔버스 앞에 선다.열여덟 살의 미혼모, 출산 후 부기가 덜 빠진 자신을 그린다.
탐미적 여성성을 탈피한 한 인간의 본질적 내면을 응시하는 그녀 -
무슨 말 하려는가, 저 깊고 단호한 눈빛
거침없는 붓질로 세운 목 선이 도도하다
열여덟, 광대뼈 위로 도화살이 얼비치는
바람의 연인이다, 흙 묻은 맨발의 뮤즈
스쳐 간 풋사랑쯤 까짓, 잊은 척해도
섣불리 속내 들킬라 가로 지른 빗장뼈에
위풍당당 드러낸 젖가슴을 경배하랴!
신성한 신의 샘물 다사로이 솟아나는
사람아, 생의 화폭을 온몸으로 덧칠하던
그래 그리 돌올하라, 관능의 굴레 벗고
숙취가 덜 풀린 그대 흐느끼던 몽마르트
검푸른 어둠 속에서 오늘은 누가 우는가?
********************************************************
고백하건데 나는 자주 누군가에게 사로잡힌다. 수잔 발라동, 그녀를 만나자마자 매혹되고 말았으니… 나는 또 사랑을 앓는 중이다.
1865년 프랑스 중부지방에서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난 수잔 발라동은 한 때 곡예사를 꿈꿨지만 부상으로 포기하고 세탁부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우연한 기회에 화가 퓌비 드 샤반의 눈에 띄어 수잔은 모델이 된다. 이후 수잔은 르누아르, 로트레크, 드가 등 당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었다.
19세기 말 파리 몽마르트 언덕은 방황하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뒷골목 싸구려 술집에서 압생트를 앞에 놓고 눈앞의 생을 고민하던 그들은 에릭 사티의 피아노 연주에 취하기도 했다는데 거기, 그들 모두의 애인 수잔 발라동이 있었다.
1883년 그녀의 나이 18세에 자신처럼 아버지 없는 아들을 낳고 미혼모가 되었다. 그 해, 수잔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출산의 산고를 겪은 여성의 몸이 당당하게 그려진 그녀의 자화상은 그녀가 모델이 된 여러 그림 속의 모습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즉 르누아르는 수잔을 현실보다 아름답게 묘사한데 비해 로트렉은 삶을 고뇌하는 성숙한 여인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린 자화상 속 수잔의 얼굴과 몸은 더 이상 남성들의 상상 속에서 이상화된 여성이 아닌 수잔 발라동 자신이 의식의 주체가 된 인간 본연의 적나라한 모습이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 화가의 어깨 너머로 그림을 익힌 수잔 발라동은 자신의 누드를 가장 많이 그린 화가로 알려졌다. 대담한 농담과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녀의 그림에 드러나는 강한 선의 특징은 아름답다기보다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활기가 넘친다.
교육받은 상류층 여성도 화가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절, 비천하게 태어나 세탁부에서 모델로, 모델에서 화가로 서양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수잔 발라동은 1938년 파리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참조]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