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엠

장군카센타

heystar 2012. 7. 4. 20:15

 

 

                                                                        자동차 경주/작자미상, 파리 유럽지중해박물관 소장 [출처] 네이버 미술

 

 

                      장군카센터

 

                                      詩/박 해 성

 

 

 

별이 되고 싶었다는 정비사 장 씨 아재 왼손 검지와 중지

마디 잘린 꿈 추슬러

시름을 꼭꼭 조인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때로는 구겨지듯 가장 낮게 엎드린 채 한 시대 질주본능

꼼꼼히 진찰한다

다 닳아 삐걱거리는 무릎관절은 접어두고

 

어쩌다 짬이 나면 ‘체․게바라’* 펼치지만 권세나 혁명쯤은

더 이상 흥미 없다나?

과부하 중고차처럼 괜스레 툴툴대다가

 

지구의 자전 속도 따라잡지 못하고서 브레이크 고장인지

지상에 추락한 별,

한 박자 늦어도 좋은 콧노래가 구성지다

 

 

* Ché Guevara - 아르헨티나 태생의 쿠바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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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가 ‘장군’인 걸로 알고 있다. 장군에도 급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언필칭 그들을 ‘별’이라 부르기도 한다. 투 스타, 쓰리 스타 등등...

 

   여기 ‘장군’이라 불리던 한 사내가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사람 - 그를 장터에서 데려왔다고 해서 아이의 성은 장 씨가 되었는데 그가 처음 일자리를 구한 곳이 자동차 정비 업체였다.

   14살 소년은 거기서 누군가가 “장군아”를 외치면 달려가 잔심부름을 해주며 독하게 주경야독, 대학공부까지 하면서 정말로 ‘별’이 되는 꿈을 키웠단다.

 

   그는 ROTC 장교로 군에 가서 몸을 사리지 않고 위험한 일선을 전전하며 진급, 승승장구했다. 출세가 코앞인 듯 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옷’을 벗고 말았다.

 

   그 후 좌절해 술과 노름에 빠진 사내를 한 여인이 구해 주었고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고 새로 태어난 그 사람은 지금 자동차 정비를 업으로 기름밥을 먹고 산다.

   늘 무슨 노래인지 기도인지 입 속으로 웅얼거리며 일을 하는데…

 

   우리말은 참 의미심장하게도 중의적일 때가 있다. 어린 고아소년도 ‘장군’이고 출세한 군인도 ‘장군’이라 칭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 시동 걸리는 소리만 이상해도 쪼르르 차를 끌고 쫓아가는 나는 그를 ‘장군이아재’라 부른다. 십 수 년 단골인 우리는 이제 남남이 아니다. 함께 짜장면을 시켜먹고, 서로가 가정사를 의논하며 남자들끼리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 ‘옷’벗은 이유를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