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늙은 석공의 독백

heystar 2011. 12. 12. 11:24

 

     늙은 석공의 독백

 

 

                              박 해 성

 

 

 

어쩌다 선잠 깨어 보석이 되지 못한 돌

앙가슴 빠개지자 실핏줄 참 우련하다

얼마나 갈고 닦아야 따듯한 피가 돌까?

 

불혹, 반성도 없이 생살을 쪼아댔지

섣부른 손끝에서 깨지고 부서진 생애

무시로 난청에 갇혀 숨소리는 다 놓치고

 

거센 갈기 휘날리며 포효하는 사자에다

홰치는 옥개석의 늠연한 탑도 예사건만

요즘엔 꽃잎 새기는 정마저 왜 떨리는지,

 

경을 외듯 외마치로 목숨 하나 빚는 일이

죄스러운 밥줄이요, 병든 아내 명줄이라

부처님 좀 참아 주이소, 튀는 불꽃 뜨거워도!

 

 

      계간 <화백문학> 2011,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