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대왕암에서 쓰는 엽서

heystar 2011. 11. 12. 11:33

 

   대왕암에서 쓰는 엽서 

 

                                   박 해 성

 

 

첫새벽 해 마중 길 삼가 앞섶 여밉니다

 

예쯤에서 머리 감던 감은사 종소리가

 

청동빛 울음 삼키며 젖은 손 흔들 것 같은

 

아버지, 당신 계신 봉길리 앞바다엔

별빛경전 읽었는지 눈 밝은 물고기들

네 갈래 물길을 따라 피안을 넘나듭니다

 

신라적 사투리로 안부 묻는 갈매기 떼

묘석 닮은 큰 바윗돌 정수리를 맴돕니다

죽어도 늘 깨어있는 종묘사직 뫼시는 듯

 

세속 시름 훨훨 풀어 파도에 띄웁니다,

 

천 년 전 달빛 아래 만파식적 불던 바다

 

한 어둠 벗어 던지고 해를 불끈, 떠멥니다

 

 

                                                    - 계간 <문장 21>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