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 절골계곡
절골 입구에서 건너다 보이는 오솔길 - 저 길로 들어서면 누군가 나를 기다릴 것만 같은데... 산안개는 느긋하고
친절한 안내판을 대충 훑고는
둘러보니 오 ~ 아름다운 우리 강산*^^*
내가 좋아하는 가이드 양.
빨강 노랑 손을 흔드는 단풍색깔이 유난히 산뜻하다, 선명하다. 공기가 맑아서 그런가?
잔돌을 깔아놓은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바로 옆이 깎아지른 바위산이다.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돌로 이루어진 강건한 산 앞에서 절로 위축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그저 존재할 뿐 - 말이 필요한 건 사람뿐이다.
그 품에는 또한 이렇게 고요한 냇물도 숨겨두고
사람의 숨소리를 기다리는 정겨운 오솔길도 거느리고
아득히 올려다 보이는 두개의 봉우리가 신전의 지붕처럼 둥글다 - 시루봉이란다.
태초의 숨결이 살아 있는 듯
그리하여 세상일쯤은 잊어도 좋을 것 같은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사람들 - 그대 한 포기 이름 모를 풀과 같을지니.....
여기서는 바위와 대화하자, 그에게 나이를 묻는 건 너무 세속적일까?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바위산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신선의 헛기침소리가 들릴 것도 같고
산도 돌도 모두 신을 닮은 것 같았다. 뵈온적은 없지만^^;;;
풀씨 하나 품을 수 없는 불임의 절대고독 속에 스민 시간들이 나를 숙연하게 한다.
산이 스스로를 비추는 물거울이다. 그대는 누군인가?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말없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 - 나도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온 것일게다.
침묵의 교감 - 왠지 그들에게는 속내를 털어놓고 싶기도하다.
가끔은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 그렇게 한참을 맴돌다가는
다시 만날 기약없이 홀연 먼 길 떠나는
그래서 풀을 키우고 나무를 키우고 스스로 숲이 되고 산이 되는 너 그리고 나
가끔은 썩지 않을 만큼 고인 채 쉬어가기도 하자
저들은 반영을 찍고 나는 그들을 찍는다, 산은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자적 물에 누워 오수중이시다.
대자연 앞에 경건히 옷깃을 여미고 뒤돌아보니 - 한 생애 구절양장 첩첩계곡을 지나왔구나!
절골은 혼자서 오래 걷다보면 절로 골돌해지는 골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