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차애
전문가
안 차 애
나는 죽음 전문이다
나는 죽음을 만지고 흠향하고 느끼며, 죽음을 먹고 산다
하루에 내 손을 거쳐 가는 죽음만 해도
몇몇 개, 많게는 몇십 개일 때도 있다
내 뼈, 내 세포 곳곳에 죽음의 DNA가 새겨져 있어
죽음을 다루고 갈무리하는 기술이 호흡처럼 편안하다
꽃게류는 기질이 사나워 제 살을 다 끌고 가므로
재빨리 삶아서 죽음을 처리해야 한다
제 껍질에 대한 집착이 살 떨리게 강한 전복류는
급속냉동으로 처리해 집과 살을 냉정하게 분리하는 게 좋다
질긴 섬유질 따로 잎사귀의 무른 물기 따로인 무청 등은
데치는 것 따로 말리는 것 따로 나누어 처리해야 한다
건조 염장 분말 밀폐 냉동 발효…… 등의 방법으로
물기 많은 감상을 제거하는 건 죽음에 대한 필요조건이지만
땅에 파묻기, 불에 훈김 씌우기 등의 형식도 부여해
죽음에 대한 충분조건도 만족시켜 주어야 모양도 좋다
뭐니뭐니해도 전문가로서 죽음에 대한 최고의 예의는
온전히 잘 보내주는 것이다
다리 한 짝, 이파리 한 개, 살점 하나 흘리지 않고
부패시켜 살 들어내지 않고, 맛과 향 감하지 않고
아작 아작……
아주 잘 먹어서 되보내주는 일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깨끗하게 저편으로 이동시켜 주는 일이다
성불시킬 일이다
- 계간 『시에』 2010년 가을호에서
1960년 부산 출생.
부산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문학아카데미,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