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뜨개질하는 여자
heystar
2011. 10. 3. 00:07
뜨개질하는 여자
박 해 성
엉킨 사연 끊어내고 매듭 다시 이어가며
깡마른 긴 대바늘 코 하나로 엮는 이승
다달이 달도 들지 않는 돌부처, 뜨개질한다
헛기침도 멎은 뜰에 바람 혼자 거니는데
어느 순간 한눈팔다 거미줄에 걸렸는지
껍질만 남은 잠자리, 부서진 날개를 털고
목이 쉰 여치소리에 직녀성 글썽한 밤
실타래에 감긴 세상 쉬엄쉬엄 풀어내며
청상의 칠순 당숙모, 꽃잎 도도록 피워낸다
-계간 <현대문학사조>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