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배트맨을 기다리며

heystar 2011. 9. 28. 23:29

 

                   배트맨*을 기다리며

 

 

                                 박 해 성

 

 

 

쭉정별도 뜨지 않는 고담**의 25시

막무가내 작달비가 훑고 간 길모퉁이

버려진 검정우산이 꺾인 날개 퍼덕인다

 

상투적 감언이설 침 튀기는 네온 아래

퇴출당한 천사인가, 비틀거리는 저 사내

반백년 잘 참아왔던 붉은 시를 울컥 뱉는

 

도심을 가로 막고 활개 치는 현수막들

머슴살이 자청하는 어느 양반 게트림은

오호라, 발칙하게도 천축을 넘본다는데

 

시비를 가리지 마라, 빛이 되레 어둠이니!

세기 말 예언처럼 돌개바람 거센 날엔

누군가 꼭 올 것 같은 지구 밖을 기웃댄다

 

 

 

* 미국의 만화가 밥 케인과 작가 발 핑거가 창작해 낸 가상의 영웅캐릭터.

** 영화 또는 만화 <배트맨>의 배경도시 이름.

 

 

                   -계간 <현대문학사조>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