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참치통조림
heystar
2011. 9. 18. 12:15
참치통조림
박 해 성
진보나 보수보다 깡통을 신뢰한 나는 난바다를 유영하던 등 푸른 어류였지,
바코드 작살에 꽂혀 이냥 속내 들키고는
불쑥 꽃을 내밀던 그 녀석, 등 돌렸지
뚜껑을 따는 순간 내 가난이 쏟아지자
단번에 영양가 없다, 걷어차며 투덜투덜
찌그러진 옆구리가 무시로 욱신거려
잔별 다 이울도록 울었던가, 웃었던가?
바람의 이빨자국에 내면부터 녹이 슬던,
한 토막 환상통이 욱신대는 늦저녁에 비릿한 애증처럼 들끓는 김치찌개
쓰린 속 풀어지려나, 눈물 콧물 얼큰하다
- 계간 <화백문학>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