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해인에서 온 편지 - 권갑하
heystar
2011. 9. 13. 16:55
해인에서 온 편지
권 갑 하
화엄으로 떠났다는 전갈 잘 받았습니다
텅 빈 울음 빌어 벽을 허무는 바람 앞에
단풍은 제 속을 태워 저리 눈부십니다
숲을 이룬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다고요*
나뭇잎이 일러주는 상형의 길을 따라
달빛 속 갈앉은 바다 섬 하나 띄웁니다
누구도 스스론 해인에 닿지 못한다지만
오는 길은 희끗희끗 낯설지 않을 겁니다
그림자 빈 하늘 가득 오릇 비칠 테니까
가득 비친다는 것은 맑게 떠오른다는 것
만상을 부둥켜안고 부서지던 마음 하나
저 심연 고요를 열듯 환히 피어나겠지요
*도종환의 시에 "숲을 이루어 한 세월 벅치고 즐거웠으나"란 구절이 있음.
1958년 경북 문경 출생.
-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92년 『조선일보』『경향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 시집 『외등의 시간』『세한의 저녁』 외 다수
- 1998년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 계간 <나래시조> 회장 겸 편집주간
- 농협대학 겸임교수, 농민신문사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