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알락그늘나비표본
heystar
2011. 9. 4. 14:47
알락그늘나비표본
박 해 성
신라적 헤어진 사람 덜컥, 마주친 자리
얼룩진 전생의 연서 날개인 양 펼쳐들고
전시장 조명에 홀려 사로잡힌 몸이라니
숭얼숭얼 들꽃 엮어 시린 목에 걸어주며
너 하나를 굶기랴, 야반도주 하자던 이
제 가슴 무너지도록 귀 먹은 벽을 두드리던
천 년 전 생시처럼 첫눈에 날 알아보고
포르말린 흥건 젖은 눈망울 하 글썽하다
독침에 찔린 그 심장, 더운 피를 수혈한 듯
낸들 왜 아니겠나, 절로 발이 엉키는 걸
길 없는 유유창천 헤매다 스러진대도
나 죽어 나비 되리라, 그대여 기다려주오!
-계간 <시조세계> 201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