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보길도 시편 - 곽홍란
heystar
2011. 8. 29. 14:25
보길도 시편
곽 홍 란
처용의 달을 안고
즈믄 바다 찾아간다
깨어진 복사뼈로 곤두 박힌 질경이 풀만
무너진 언덕 괴면서 피돌기로 잇던 섬
속살 찢어 일구던 땅 푸른 싹 언제 돋을까
희미해진 눈 비비며 북극성 불러와서
파도는 잠들 수 없는
빈 새벽을 깨웠다
툭 툭 튀는 포말 앞에 짙붉게 타는 동백
수평선 끌어 당기면 어둠도 부서지고
먼 하늘 가로질러서 천궁天弓을 퍼올렸다
보길도 비탈마다 돌아갈 길 열어놓고
조선의 검은 깻돌
자
르
르
물살에 글려
서늘한 무명의 아침 씻어 널고 있었다
- 곽홍란 시집< 직선을 버린다>에서
경북 고령 출생
영남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1998년 대구시조 전국공모전 장원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직선을 버린다> (고요아침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