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시나위 - 신동옥

heystar 2011. 7. 14. 21:20

 

                            시나위

                            - 첫번째

 

 

                                                 신동옥

 

 

이 빠진 사발에 더운 물을 가득 채우라, 그 한가운데 대나무 가지를 분질러 세우라,

그 가지 삽시간에 꽃피울 테다, 이 담벼락 속엣말은 영영 상스러울 테니, 샅이 곪아

죽은 창기(娼妓)가 마지막 노래를 부르러 날아오리니, 찢긴 북을 불탄 피리를 내 오

라, 열손이 잘려 죽은 대장장이가 제 손톱을 거두어 오리니, 다시 쇳물에 식칼을 녹

이라, 네 새끼 잡아먹은 찬 우물엔 시퍼런 구름이 내려 스미리니, 곡기를 끊으라 배

꼽을 전폐(全廢)하라, 네 입은 네 입이 아니고 네 밑은 네 밑이 아니리니, 내 한 마

한마디에 네 온 핏줄은 수은으로 들끓을 테다, 행여 더러운 몸이라면 즐겨 흘레붙으

라, 내 너희의 접붙은 몹쓸 것들을 들러붙은 그대로 도려내 다디단 술을 담그리니,

자자손손 그 술을 마셔 악업을 씻고 나서야 비로소 너희는 습생(濕生)이다,

내 너희의 온 몸뚱이 넋 껍데기를 뭉치고 다져 묻으리니, 삼라만상을 덮고도 남을

염통 하억겁을 거슬러 구천을 건너라, 가라, 지금이라도 늦고, 지금이 아니라도

늦된 버러지들아, 붓대에 붉은 기를 매달고 피바람에 춤추는 서로의 이마에 새기라,

큰 박수소리 한 번에 잊히고 말 이 더늠, 더늠, 더늠을.

 

                                                                                    월간 『현대시』 2009년 6월호 발표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2001년 <시와 반시> 신인상 등단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랜덤하우스)

현재 인스탄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