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상상동물 이야기 5 - 권혁웅

heystar 2011. 7. 12. 14:52

 

          상상동물 이야기 5

              - 우로보로스

 

                                            권혁웅

 

 

    제 꼬리를 입에 문 뱀을 우로보로스라 부른다 면도칼

을 씹는 자해 공갈단처럼 제 몸을 덥석덥석 먹지만 먹은

만큼 자라는 건 이 뱀이 구부린 통파 비슷하게 식물성이

라는 뜻이다

 

     우리가 뒤에 두고 온 이들은 누구나 우로보로스를 키

운다 그 사람을 통과할 때마다 입 안 가득 물비린내가 난

다 씹다 뱉은 것처럼 버려진 후에도 그 사람은 혼자서 애

를 낳고 몸을 풀고 그리고 죽어 갔다

 

   가장 단순하고 무서운 미로는

   사막과 도서관, 평행선 그리고 출구를 먹어버린 뱀이다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 권혁웅 시집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1967년 3월 7일 충청북도 충주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부문 등단
2006년 제 38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2010년 제 15회 현대시학 작품상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현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