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상상동물 이야기 5 - 권혁웅
heystar
2011. 7. 12. 14:52
상상동물 이야기 5
- 우로보로스
권혁웅
제 꼬리를 입에 문 뱀을 우로보로스라 부른다 면도칼
을 씹는 자해 공갈단처럼 제 몸을 덥석덥석 먹지만 먹은
만큼 자라는 건 이 뱀이 구부린 통파 비슷하게 식물성이
라는 뜻이다
우리가 뒤에 두고 온 이들은 누구나 우로보로스를 키
운다 그 사람을 통과할 때마다 입 안 가득 물비린내가 난
다 씹다 뱉은 것처럼 버려진 후에도 그 사람은 혼자서 애
를 낳고 몸을 풀고 그리고 죽어 갔다
가장 단순하고 무서운 미로는
사막과 도서관, 평행선 그리고 출구를 먹어버린 뱀이다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 권혁웅 시집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1967년 3월 7일 충청북도 충주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