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불꽃놀이 - 김상규

heystar 2024. 2. 15. 21:49

          불꽃놀이

                       김상규
 

두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이리 주렴
내가 행복을 주지, 밀밭 위의 소녀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신비를 알려주지

 

어깨에 앉아 있던 연갈색 종달새는
길들이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갔단다
소녀야, 채찍은 거둬 덤불숲에 던져주렴

 

밀짚 얹은 나귀는 주저앉은 나귀일 뿐
짐을 진 소녀야, 방황을 한 줌 주지
들판이 빨갛게 물든 자유를 보여주지

 

박하의 박하마저 겨울의 겨울마저
입김마다 번지는 시작의 귓속말
소녀야, 용기를 주지, 곧 타오를 불꽃처럼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