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천사 - 신해욱

heystar 2023. 2. 25. 11:02

천사

 신해욱

나는 등이 가렵다

한 손에는 흰 돌을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다.

우산 밖에는 비가 온다.

나는 천천히

어깨 너머로 머리를 돌려

등 뒤를 본다.

등 뒤에도 비가 온다.

그림자는 젖고

나는 잠깐

슬퍼질 뻔 한다.

말을 하고 싶다.

피와 살을 가진 생물처럼.

실감나게.

흰 쥐가 내 손을

떠나간다.

날면,

나는 날아갈 것 같다.

- 출처; 신해욱 시집 『생물성』 2009, 문학과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