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매미를 줍다
heystar
2022. 7. 5. 16:05
매미를 줍다
박해성
길바닥에서 잉잉대는 매미 한 마리 주웠다
끊일 듯 손끝에 닿는 신음이 저릿한데
찢어진 날개에 설핏, 무지개가 아른댄다
오가다 그분께서 행여 돌보시려나
살구나무 곁가지에 살포시 놓아준다
남남서 햇살이 엮은 그늘이 그윽하다
그윽한 초록 아래 와불처럼 누운 사내
시커먼 비닐봉지를 목숨처럼 끌안고 있다
핏자국 얼룩진 맨발이 그 어느 성자를 닮은
품 넓은 뿌리 위에 부려놓은 꿈 깨실라
잎사귀 흔들던 바람 뒤꿈치 들고 간다
누군가 동병상련에 매앰 맴 목이 쉰다
-출처; 계간 『다층』 2022, 여름호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