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오늘의 결심 - 김경미

heystar 2011. 2. 3. 19:18

                오늘의 결심

 

                                   김경미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데서 살지 않겠다

        이른 저녁에 나온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두 개의 귀와 구두와 여행가방을 언제나 열어두겠다

 

        밤 하늘에 노랗게 불켜진 상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티끌 같은 월요일들에

        창틀 먼지나 다치거나

        내 어금니에 내 혀 물리는 일이 더 많았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내 목에 적힌 목차들

        재미없다고 해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다

 

        한계가 있겠지만 담벼락 위를 걷다 멈춰서는

        갈색 고양이와 친하듯이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을 닮아보겠다

 

 

- 출전 ; <현대시> 2010년 7월호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
- 1981년 한양대학교 대학문예 시 부문 당선
- 1982년 한양대학교 사학과 졸업
-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비망록> 당선
- 2005년 제5회 노작문학상 수상
- 시집;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쉬잇, 나의 세컨드는>

- 1984 ~ 라디오 방송작가
- 현재 KBS 1FM 이규원의 가정음악 작가
- <시힘>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