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노년의 뜰 9 -가시 -허영자

heystar 2022. 3. 10. 20:53

노년의 뜰 9

 -가시

 

 

절개節槪, 혹은 

정조貞操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버린

그런 시절도 있었다지만 

 

초개같이

절개, 혹은

정조를 버리는 

이런 시절에

 

찔레

찔레야!

너는 왜 가시를

아프게 세우고 있니?

 

밟으면 

바스락 소리 나는 낙엽을

바람 불면

어디론가 쓸려가는 신세들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단심丹心같이 날 세운

붉은 가시를

찔레야!

 

 

출처; 계간 『문파』 2022, 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