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내 몸속의 향유고래 - 구애영

heystar 2022. 1. 20. 14:12

내 몸속의 향유고래

 

                             구애영

 

 

아무도 플라스틱을 알려준 적 없기에*

내 몸은 그 투명이 소설인 줄 알았다

뱃속에 가득한 쓰레기

별책 같은 수평선

 

세상의 난바다는 구름결을 제본한 듯

지워진 파문을 저어 적막을 헤엄쳐 간다

내 안에 또 하나의 고래

서문으로 펼쳐 놓고

 

슬픈 향기 한 줌 쥐고 태평양을 가를 때

눈물 없는 심연으로 새로운 장르 탄생한다

끝없이 돌고 돌아서

움직이는 섬이 되리

 

 

* 김기림 <바다와 나비> 변용.

 

 

- 출처; 『좋은시조2021, 가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