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구봉도 가는 길
heystar
2021. 10. 24. 12:53
구봉도 가는 길
박해성
방금 떠난 버스를 눈으로 쫓는 정류장
염천햇살에 농익은 아스팔트가 낄낄댄다
여기는 어느 별일까, 어느 생에 살았을까?
천 년 전 이녁처럼 환히 웃는 해바라기
재회의 눈물 속에 노랗게 흔들리지만
모른 척 남의 일처럼 너는 버스를 기다린다
거품으로 만들어진 비너스의 심장인 양
하늘엔 뭉게구름이 부풀었다 흩어진다
행선지 낯선 차들이 잠깐씩 섰다 떠나고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다 등이 굽은
해바라기 그림자에 놀빛이 흥건한데
버스는 아직 소식 없다, 한 생이 다 지나도록
출처; 『정형시학』 2021, 가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