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성대결절 - 마경덕
heystar
2011. 2. 3. 19:15
성대결절
마경덕
소리가 몸을 치고 빠져나갔다. 나직한 말이 고함으로 바뀌고 몸집을 키운 소리가 바깥으로 뛰어 나오며 좁은 통로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파장으로 성대에 금이 갔던 것.
한때 그의 마음이 나를 다녀간 적 있다. 언젠가 허공으로 흘러가버린 소리들, 그 떨림이 고물 녹음기에서 빠져나와 나에게 고스란히 옮겨 붙었다. 오래 보관된 결이 고른 목소리에 물기가 돌았는데,
어쩌다 한 술 떠먹는 마음도 찬밥처럼 쉬어… 희고 반짝이는 돌기, 꺾이고 굳은살 박인 소리를 녹이려 모과차 한 잔으로 마음을 적시는데, 어느 사이 입술 붉은 말들이 창백해지고 지문이 닳아버린 마음 따라 목소리도 닳았다.
이 통증은 사소함에도 파르르 끓어 울대가 화상을 입었다는 것, 소리가 뭉쳐 소리에 옹이가 박혔다는 것.
*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신발論> 당선으로 등단
* 2004년 문예진흥금 수혜
* 2005년 시집 <신발론> 문학의전당
* 동대문문인협회 사무국장
* 시향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