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 소식 외 5편 - 박명숙의 단시조
홍련 소식
박명숙
늑장 여름이 막 탈고한 혼신의 역작 한 편
유등지 배꼽 뚫고
붉은 목숨 길어 올린
설화는
지금 한 대목
부귀영화도 한 대목
정선에서
-정정성*
박명숙
아우라지
강이야 급할 것 하나 없어
이 산 저 산
불러 모아
젖이라도 먹이려나
속 모를
당신 오지랖
대자비한 그늘처럼
* 수필가
현장
박명숙
환삼덩굴과 새콩덩굴이
바야흐로 공생 중
들여다보면 용호상박
처절한 접전 중
전신주 퍼렇게 맹독오른
삼복염천 개울가
고요
박명숙
뙤약볕이
그늘을 끌고
골목길
돌아간 뒤
메아리처럼
굽이치는
능소화
담장 아래
암늑대
주린 눈으로
고요가
일고 있다
개상사화
박명숙
초경을 치르는 날
선운 숲은 어둡다
눈썹 긴 처녀들은
혼령보다 서늘한데
도솔천
낭자한 선혈이
세상으로 새고 있다
토르소
박명숙
잔머리도
굵은 머리도
이제 더는
굴릴 수 없어
무엇을 받쳐 들고
세상으로 나아가나
몸통만
덜렁거리며
길을 잃고
길을 갈 뿐
박명숙 시집 <은빛 소나기>에서 발췌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중퇴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현재 고등학교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