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시조

모로 누워 자는 날이 늘었습니다

heystar 2021. 4. 1. 11:30

모로 누워 자는 날이 늘었습니다

                                박해성

 

 

 

왼쪽으로 누우면 보이는 건 벽입니다

동통에도 고독에도 그저 싸늘한 거기

손가락 활짝 맞대고 초점 없이 응시합니다

 

이대로 눈 감으면 나 어디로 흐를까요?

인동초무늬 넌출대는 벽에 갇혀 누워있으니

발해의 무덤 속인 듯 주작이 날개를 털고

 

손가락 사이 열리는천상열차분야지도

1467개 별들이 사금파리같이 반짝입니다

지금 막 황도 12궁을 지나는 당신이 뵈는군요

 

생시인양 먼 산 보며 말없이 걸어가는 이

구천보다 깊은 적막에 묻힌 매미처럼

그 붉은 울음을 지고 아버지, 멀어집니다

 

 

 

<출처> 계간 발견』 32호, 2021년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