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star 2020. 12. 16. 07:56

             모란도

 

                             박해성

 

 

그가 떠난 서라벌에 가을비가 흩날린다

여자는 입술 깨물고 모란에 몰두한다

미친 듯 신들린 듯이 피는 꽃이 낭자하다

 

맹목의 백치인양 먹먹한 저 부귀영화

상투적인, 관념적인, 그러나 인간적으로

어쩌면 선덕여왕보다 더 외로울지 몰라,

 

여덟 폭 병풍 앞에 이별의 잔 마주 놓고

무명지를 깨물어 혈서라도 쓸 것을,

그녀가 붓을 헹군다, 한恨이라도 풀어내듯

 

 

- 한국동서문학 2020, 겨울호 수록